2009년 11월 5일 목요일
과일이 구르는 버스_2009. 11. 3.
1.
지난 달 시청부근으로 가던 길에, 추석 즈음이었으니 가판에 마저 팔지 못한 잘생긴 과일들이 많던 그 때였던지라 버스에도 아기 머리통만한 누릿누릿한 배를 비닐봉지가 미어지도록 들고 탄 부부가 있었다.
어디 멍든 데도 없이 배가 참 실한데, 싸게 잘 주고 샀어,의 구매후기를 주고 받던 그 때, 버스의 급정차와 관성의 법칙과 야박하게 작은 비닐봉지가 한데 어우러진 참사가 일어났다. 배 예닐곱 개가 버스 바닥에 와르르 구르기 시작한 것이다. 참하고 실하던 배들은 옆구리를 찧어가며 버스 속도를 맞춰 바운딩을 해댔고, 아줌마와 아저씨는 으메 으째쓰까 하며 배를 잡으러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바로 다음이 목적지라 버스에서 내렸는데 내릴 문이 열리자 나를 따라 배 하나가 같이 내렸다. 내 발 옆에 내린 배를 집어들었더니 그 곱던 배 뒤통수가 폭삭 깨져있다. 뇌진탕 배는 주인아저씨에게 "얘가 저랑 같이 내렸어요"하며 건내주었다. 약속장소로 향하는 내내 계속 배즙이 손에 묻어있었다.
2.
엄마 집에서 반찬을 배급받아 돌아오던 길. 나는 버스에서 늘 그랬듯 정신줄을 놓고 목이 부러져라 잠든다. 차가 크게 커브를 돈다고 느낄 때, 발밑에 두었던 반찬 바구니에서 내일 아침에 먹으려고 싸온 사과 한 알이 데구르 굴러 저 건너편에 나처럼 목을 꺾고 졸고 있던 아저씨 의자 밑으로 도망가버렸다. 나는 저 사과를 구하러 아저씨 의자 밑으로 기어 들어가야할지, 아저씨를 깨워서 사과 좀 줍쇼,해야 하는가를 난감해하고 있었는데, 버스가 다시 커브를 크게 돈다. 사과는 툴툴대며 다시 내게로 굴러왔다. 사과와 눈물의 상봉. 사과의 수평진자운동을 보고 있던 맨 뒷자리 청년의 킬킬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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