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19일 화요일

신선 놀음



손발을 재게 놀려가며 홀서빙도 주방 설거지도 못하는 나는, 엄마 일을 도울 수 없다. 허생원 코스프레로 책상 앞의 7년을 지켜가며, 어허, 10년을 채우려했거늘!하며 괜히 버럭댈 수는 없어 늘상 우는 소리나 한다. 어떤 생산활동도 결핍된 생활들은 가히 누군가의 노동으로 연명되는 신선놀음이라, 나는 어떤 종류의 죄책감에 시달린다.


도스토예프스키의 표현을 떠올리니 까진 무릎에 소독약을 부어 부글부글하는 걸 으악, 따가워 하며 묘한 쾌감으로 보고 있는 기분이다. "그는 못됐다. 그는 감상적이었고 또 못됐다." 감상적인 동시에 못된 인간. 부빌 언덕에 기대고 살 것이면 뻔뻔하게, 신선놀음도 뻔뻔한 편이 낫지, 눈물은 눈물대로 흘려가며 정작 신선놀음은 멈추지 못하는 형국이라니. 이 순간 감상적이고 동시에 못된 인간은 으악 따가워 하며 상처에 부글부글 소독약을 조금 더 붓는다.


까진 무릎에 빨간약을 바를 시간은 언제인가. 딱쟁이를 어서 얹고 밖에 나가 신발신고 놀 시간은 언제인가. 뒷통수 뒤로 어미 얼굴을 잊고 전봇대에 고무줄을 매어놓고 진땀을 빼며 해지도록 놀 시간은 언제 오는가.



댓글 2개:

  1. 부글부글

    3% 과산화수소수인가요. 빨간약과는 함께 쓰지 말라고 쓰여있지만, 어머니께선 같이 사용하는게 즉효라하시고...(...)



    그럴 때는 감상적일 수록 더욱 뻔뻔한 것입니다. 알면서 하는 일이 더 나쁜 것처럼.

    마지막 문장이 참 슬프게 다가옵니다.

    여기 감상적이고 못된 인간 여기 하나 더 추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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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 같이 못씁니까? 몰랐네요. 별탈없이 큰 게 다행 ㅎ



    감상적이거나 못된 거. 둘 중 하나만 하면 좋겠지만 일단 안된다면, 거기에 '그래서 나 욕할거에요? 아파요'까진 안보태는 게 제 작은 소망입니다. 지금은 욕을 먹어도 고무줄은 뛰는 편이 좋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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