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13일 토요일
아파트 놀이터_2010. 2. 13.
- 완전히 어두워졌는데 가로등을 햇빛 삼아 놀이터에서 밤늦도록 애들이 뛰어놀고 있다. 명절엔 부모들의 감시가 느슨해지니 그럴 수 있을 테다. 원통으로 구불구불하게 설치된 미끄럼틀에서 애들 얼굴이 벌개져서 쉴 새없이 미끄러져 내려오는데, 아, 애들은 철로 된 미끄럼틀이 살에 닿으면 추웠는지 엉덩이에다 코트나 점퍼를 깔고 뭉갠 채 미끄러져 오고 있다. 엉덩이도 안시렵고 쿠션감이 든든한 미끄럼 썰매 완성이다. 영리하다.
- 쟤네들 엄마가 보면 혀를 끌끌 차거나 혈압 높은 어머니는 달려나와 등에 스파이크를 먹일 지도 모른다. 옷이 귀하던 시절을 산 사람들은 안시린 엉덩이보다 망쳐지는 옷이 눈에 먼저 밟히니까. 하지만 나는 쟤들 엄마가 아니라서, "영리하다"고 생각한다.
- 엄마 눈을 피해서 내 옷을 망치는 것. 그 선택으로 엉덩이가 시렵지 않게 미끄럼을 타는 것.
어째 내가 줄곧 하는 행동 패턴과 비슷하다. 온갖 방식으로 엄마의 눈을 피해, 망치는 선택들을 하고, 그 선택으로 몇몇 미끄럼을 엉덩이가 시렵지않게 탔고, 종종은 망친 옷을 보며 한숨을 폭폭 쉬기도 하나, 도무지, 밤이 늦도록 가로등을 햇빛 삼는다 해도 미끄럼은 멈출 수 없는 상태랄까.
- 옷은 또 있을 테니까. 엉덩이가 시려우면 미끄럼을 오래 못타니까. 엄마한테는 비밀로 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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