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8일 월요일

뭐 먹고 사느냐 물으니

엄마 가게 일을 도왔는데, 이게 돕는 게 돕는 게 아니다. 다른 직원 아주머니 말로는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지경. 이런 일이라곤 해 본 적 없는 치들이 나방처럼 우,우, 몰려다니니 도움은 커녕 볼썽사납다. 숨어보려해도 몸이나 작나. 헛헛한 웃음만 피식거려도 잃어버린 낯짝은 돌아오기 쉽지 않다.


 


가게에 하등 도움 안되는 것은 엄마 제외 모든 식구 마찬가지. 다들 몸뚱이는 커서 숨지도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어물쩡 비켜 서있다. 아니, 비켜서있다고 착각한다. 직원들에게 걸리적 거리는 것을 보아 어디로 비켜야 잘 비키는 줄도 모른다.


나 이런 일도 못해서 어쩌지, 나 뭐먹고 살아? 하니 엄마 눈이 모로 찢어지며, "이런 일 안하면 되지!"하고 쏘아붙인다. 농담이라고 가는 뒷통수에 대고 얼버무려봐도 엄마는 저으기로 바삐바삐.


 


딱 너같은 딸낳아라, 같은 엄마가 딸에게 하는 저주의 클리셰를 들어본 적은 없으되, 엄마는 나처럼은 살지마라는 말을 저런 식으로 한다. 나는 빨간색 삼선슬리퍼를 신고 뒷골목으로 나가서 시멘트 부을 때 나눠놓아 생긴 바닥의 실선을 따라 고무줄 없이 고무줄을 뛰었다. 숨지도 앉지도 서지도 비켜나지도 못하고 어물쩡 있던 작은 언니가 나와 같이 고무줄을 뛰었고, 곧 큰언니도 나와선 딱따구리구리마요네즈를 뛰었다. 엄마의 모로 찢어지는 눈은 딱따구리가 물고 날아가주면 좋다.


 


 

댓글 2개:

  1. 딸부자집 이시네요.직원들에게 걸리적 거리는 것을 보아 어디로 비켜야 잘 비키는 줄도 모른다. 이 부분에서 공감. 혼자서 키득 키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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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세이홍 - 2009/06/23 23:21
    딸은 많고 부자일리는 없는 집이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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