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0일 수요일
모기잡기의 부수적 효과
-
발이 시려울 정도로 차가워진 공기에 모기가 유유히 날아다닌다는 것은 이제 이상하지도 않은 일이지만, 양말을 껴신으며 모기를 잡아야하는 데엔 확실히 억울한 구석이 있다. 양말을 신는 순간 돌진한 모기를 향해 손을 휘둘렀고 손끝에 모기가 부딪히는 느낌이 들었다. 손끝에 전해지는 모기의 속도감. 어쩌면 의외의 무게감.
모기가 피를 빠는 대신 떼를 지어 저렇게 인간에게 몸을 부딪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모기가 떼를 지어 피를 빨았을 때만큼, 부딪는 모기에도 나는 창백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어쨌거나 모기는 충돌감만 남기고 어딘가 어둠 속에 숨어 나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물론, 수면양말을 신어야 할 때까지도 모기가 도처에서 돌진한다면 이런 감상따위 개나 주고 나는 그저 심성이 고약해질 것이다.
-
어떤 생각을 하자면 자연히 우울이나 무기력이나 초조와 불안이 고개를 쳐들고 마침내 나는 쳐울고 마는 일이 요근래 빈번하였다. 고약한 자기연민일 수도 있었고, 감정소모일 수도 있었고, 어쨌거나 그 우울에 푹 잠겨 바닥짚고 헤엄치면서라도 앞으로 가면 그만이다 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제 처지를 야생초 삼아, 참고참고또참지울긴왜울어로, 캔디를 쭉쭉 빨게 두고 싶지는 않다. 그냥, 울만큼 소모할만큼 버릴만큼, 그만큼 충분히 하지 않았나 싶다. 요는, 쳐우는 제자신이 지겹다는 말이다.
어떤 날은 울다가 지나가는 모기를 잡았는데 눈물이 자연히 그쳤더랬다.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서는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육체인 모기를 볼 수도 없거니와 그의 종적에 집중하자면 눈물은 마른다. 그렇다. 적어도 모기만 잡아도 눈물은 그칠 수 있다. 쪼그려앉아 울자, 하지를 말고 뭐라도 하면 그렇게 된다.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