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6일 목요일

오늘도 끄적거리네

핸드폰 메모기능을 쓰는 것보다 가방에서 주섬주섬 수첩과 펜을 꺼내 한쪽 다리가 저린 사람마냥 다리로 받침을 올렸다 놨다 하며 끄적대기가 익숙하다. 익숙하다는 게 좋다거나 편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꽤 수고스러울 뿐더러, 나중에 보곤, 뭐 이런 걸 가는 길 멈추고 깽깽이를 뛰어가며 썼단 말인가 싶은 게 팔할이다.


 


없는 살림살이엔 아껴아껴 써야한다. 나는 파인만처럼 아이디어가 장마철 둑 터진 중랑천모양 흘러 넘칠 때가 거의 없으므로, 일년삼백육십날이 가뭄인 실개천처럼 쪼로록 두어 방울, 그마저도 햇빛 한번 쨍 해버리면 고여 흐른 흔적도 간수 못할 아이디어 빈곤층이라, 떠오르는 무엇이든 되도록 담아둔다. 물 관리가 그모양이니 수질이 좋지 않다.


 


종종 하우스의 다그침을 생각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생각을 내놓을 때는 이것이 잉여정보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지 않는 편이 결정적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빈곤층 다운 믿음을 지켜보는 것이다. (생각에는 우열이 없다. 생각의 민주주의를 허하라. 생각이 서로서로 말하게 하라) 수년 간 모인, 형편없는 메모가 적힌 수첩들을 곁눈질한다. 마치 출간된 내 책을 보는마냥 슬쩍 웃어도 본다. 쿤데라는 사람들이 '내 집' 혹은 '우리 마을' 등을 말할 때와는 달리 '내 책 mon livre'을 말할 때, 리-브흐의 앞을 자기 만족에 가득한 한옥타브 높고 긴 발성을 한다는 점을 키득댄다. 이 이방인 노인네는 수년 간 프랑스인들의 '리-브흐'를 빙글빙글 웃으며 들었을 것이다. 수첩을 향한 내 곁눈질도 (우습지만) 반 옥타브 에스컬레이트 된다. 심지어 미지의 독자를 향한 남서광의 자부심도 결여되어 있건만.

댓글 2개:

  1. 글이 아주 맛있습니다.



    오늘은 시간이 없는 관계로 길표시만 해놓고 시간나는대로 와봐야 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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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가아빠 - 2009/08/27 08:19
    맛있게 들어주시어 감사해요.

    저도 댓글 타고 사가아빠님께 종종 놀러가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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