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5일 목요일
싸워도 이 말만은_2009. 10. 7.
내 옆자리에서 바짝 붙어 부비고 있던 연인이, 쇼파 자리가 나자 그리로 옮겨가 마주앉더니 이내 언성을 높여 싸우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면 싸움은 측면보다 정면에서 많이 일어난다. 상대와 바싹 옆에 붙어앉아 싸우기란 동네싸움 40년 경력의 한남슈퍼 아줌마도 쉽지 않을 것이다.)
여자는 당장 대답을 해내라며 남자를 닦아세웠고 남자는 씩씩대며 듣더니, 나도 내 생각이 있어, 라는 한마디만 이를 악물고 뱉어냈다. 여자는 대체 그 생각이 뭔데? 생각은 하고 살아? 라는 말로도 성이 차지 않는듯 끝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거대한 어망 같은 한 마디를 던진다. "넌 늘 항상 그런 식이야."
여기서 '그런 식'은 결코 어떤 식인지 정의되지 않은 채, 남자의 행동거지 일체를 빈정대며, 남자가 아니라고 하든 맞다고 하든, 남자는 항상 '그런 식'인 사람으로 바코드가 찍힌다. ("삑, 몹쓸 놈입니다") 남자는 자신의 운명을 알아챈 듯 그저 체념의 한숨을 내쉬었다. 꼬장꼬장하게 팔짱을 끼고 있던 여자는 남자의 말문이 막힌 것을 승전보로 듣고선, 더욱 의기양양하여 목소리를 높여 까페 안 모든 사람에게 남자의 잘못을 까발리고 있었으므로, 나는 이런 싸움의 증인이 되어버린 데에 어랍쇼, 이런 소릴 다 들어버려 죄송합니다, 뚫린 귀라 어쩔 수 없네요, 라 웅얼거리며 난감해하고 있었는데, 그때 저 건너편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아주 잠깐의 눈 마주침으로도, 그녀 역시 난감해하면서 싸움의 증인석에 선 것을 느꼈는데, 그러고 보니, 저 연인을 둘러싼 이 곳이 탈춤 혹은 거리극 마당은 아닌가 싶어진 것이다. 정녕 여자가 원하는 것은 공개심판인가.
그러고 보면 요즈음의 까페는 종종 이러한 자발적 공연들이 자주 열린다. 관객은 그 주변에 앉았다는 이유만으로 결성된 난감해하는 몇몇의 우연적 그룹으로 조성된다. 이 그룹의 탈퇴는 자리를 옮기는 절차로 해결되나, 도서관 대용으로 까페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암묵적이고도 치열한 자리싸움을 알고 있다면, '시끄러우면 옮기지'와 같은 말이 얼마나 섭섭하게 느껴지는지 짐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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