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4일 일요일

구지가 (狗旨歌)

명절이나 연휴같은, 집을 좀 비울 일이 생기는 시기면, 사람 외 동물과 함께 사는 경우는 응당 녀석들이 걱정이 되기 마련이다. 이때 그 걱정의 방향이라는 것이 적어도 개와 고양이의 경우가 조금 다른 것을 일경우나마 목도하게 되었는데,


 


 


가령 우리집엔 고양이가 살고 있고, 이놈은 사람이 있을 땐 서먹서먹하게 본둥 만둥 지내면서도, 사람이 집을 비웠다가 들어오면 그리 구슬프게 울며 발광이다. 그 울음소리란 것이 어찌나 원망이 섞였는지, 그러고도 주인이냐, 이렇게 방치하는 주제에 어디가서 얘기할 땐 퍽이나 반려동물이다, 먹이만 부어놓고 가면 장땡인 줄 아느냐, 하고 귀에 쟁쟁하게 번역되어 들리곤 하니, 이번 추석에도 엄마 집으로 향하면서, 저 녀석 때문에 뒷통수가 뜨끔하고 입맛이 쓴 것이다. 이때의 쌉싸래한 기분은 녀석을 외로운 상태로 방치해 두는 것에 초점이 있다 한다면,


 


 


큰언니는 개를 키우는 고로, 늘상 걱정은 녀석이 외로운 것보다 훨씬 가시적이며 물리적인 것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친척 모임 후 한밤 중 집에 들어선 언니네 일가는 개똥 무더기 11개와 오줌자리 13개를 발견하고 전화를 걸어 다음과 같이 알렸다. "이곳은 아비규환입니다!" 네 식구가 분뇨의 흔적을 치우고 다닐 때, 그집 개는 꼬리를 가랑이에 감추고 눈치를 실실 보며 달달달 떨고 있었다. (개의 긴장상태는 후폭풍에 대한 예상을 어느 정도 했음을 알 수 있는데, 그렇다면 그의 분노의 배변활동은 대체 무슨 수로 이해한단 말인가, 너무 무섭지만 나는 쌀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개니까요, 정도로 짐작될 낑낑거림이 전화선 너머로 들려온다) 형부는 화를 넘어선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지금 기분이라면 당장 이 개를 구워먹을 수도 있겠어"라고 하는 상태라, 개의 안위를 지켜줄 수 없는 전화선 끝의 나는 멀찍이 걱정하며 구지가(狗旨歌)를 불러줄밖엔 없다. "푸들아 푸들아 똥오줌을 가려라 / 만약 계속 지리면 구워먹으리"


 


 


내가 집에 도착했을 때 우리 집엔 똥이나 오줌 흔적은 단 하나도 없었으므로 고양이의 청결한 배변생활을 입맛돋는 간식과 목긁어주기로 치하하고 싶었으나, 반가운 내 맘과는 달리 외롭고 섭섭한 고양이는 할 말이 무척 많아 2시간을 넘게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연설을 들어주는 기미가 없으면 즉각 화장실로 가서 목을 놓아 우는데, 언니와 나는 왜 녀석이 행하는 곳이 하필 화장실인가에 대해, 에코가 좋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댓글 2개:

  1. 정말 왜 화장실일까가 너무 궁금합니다.

    에코가 좋아서 라면 주인이 돌아오니 즐거워서 노래를 한건 아닐런지....^^

    한국에서 개를 키울때 너무 긴 나들이가 되면 동물병원에 위탁하고 짧은시간이면 화장실에 두었어죠. 좁아서 불편했겠지만 야단 맞을일은 없을거고 청소하기 편하니 그보다 좋을 수 없고 그냥 same same 하기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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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가아빠 - 2009/10/09 11:39
    저도 동물병원에 위탁하곤 했는데, 돈도 돈이고 고양이가 꽤 우람해져서 데리고 가기 쉽지 않더라고요 ^^



    화장실에서 우는 소리가 다른 때와 달리 높낮이가 다채로워서 정말 노래인가 싶기도 하고, 그러니 에코에 민감한 것이라 생각중 ㅎㅎ



    저번에 들러주신 후 인사가 늦었네요. 추석은 잘 지내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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