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어 건축 일이 없으면 실업 보조금이 지급되었지만 그녀의 남편은 그것으로 술을 마셨다. 그녀는 그를 찾아 이 술집 저 술집 뒤지고 다녔고 그럴 때면 그는 고소하다는 듯 악의에 가득찬 채 그녀에게 남은 돈을 내보이곤 했다. 그에게 두들겨 맞지 않으려고 그녀는 몸을 피했다. 그녀는 더이상 그와 말하지 않았고 말없이 겁에 질린 아이들이 후회하고 있는 아버지에게 매달리는 것을 밀쳐냈다. 마녀! 너무도 매정하게 구는 어머니를 아이들은 적대감에 차서 바라보았다. 부모가 외출하고 없을 때면 아이들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잠을 잤으며 아침녘에 남편이 아내를 방으로 밀어 넣으면 이불을 머리 꼭대기까지 뒤집어썼다. 발을 디딜때마다 그녀는 멈춰섰으나 이내 그가 어머니를 방으로 밀어넣었다. 두 사람 다 집요하게 입을 다물고 있다가 드디어 그녀가 입을 열어 <짐승같은 놈! 짐승같은 놈!> 하면서 그가 기다리고 있었던 말을 하면 그 말 때문에라도 그는 그녀를 제대로 팰 수 있었다. 어머니는 얻어맞을 때마다 잠깐씩 그를 비웃었다. (pp.49-50)
예전 다섯 식구가 바글바글 얽혀 살던 낡고 낡은 아파트가 뉴스 보도자료 화면에 나오자, 용케 저기서 다섯이 엉켜 살았구나 싶었다. 그 공간은 나 한몸 앉고 누워 있을 때는 좁아도 그냥 좁은 것이었는데, 카메라의 눈을 가져다 대니 도무지 사람이 살 수 없게 좁아졌고 낡고 부스러지고 있었다. 무슨 사건이 있어 보도되는 중이었는데 나는 내용도 못듣고 거즘 반 충격으로 그 공간을 보았다.
게다가 술을 즐기고 식구들을 두들겨주는 것으로 제 답답함을 푸는 아버지가 있으면 더없이 좁다. 피할 곳이 없으니 몸을 쪼그리고 쪼그려 없는 척 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려운 시절의 저 흔하디 흔한 폭력. 저 많고 많은 환멸. 많이들 맞아서 괜찮아진다는 소리가 아니라 예사로운 큰 소리에도 가슴이 덜컥덜컥하게 되는 것이, 어미와 아이들이 여기저기 맞고 훌쩍대는 것도 일상이 되더라는 말이다. 반복으로, 일상으로, 스며든다는 점이 무서운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